비포 노래라면 “이렇게 좋은 날에”라도 있어서 다행이지만 오늘은 진짜 무슨 일이야… 하나도 되는 게 없는 이 날. 힘들고.. 나를 지치게 만든 이 날…
아침 출근 준비하고 있는데 너네 서울 콘 공지가 떴지. 그건 원래 기쁜 일이 되야 하잖아? 너네 다시 무대 설 거라는 것이니까. 근데 이 시국에 그런 공지라니.. 너네 회사 어제 꿀떡아가 불안증 증상 공지 올렸는데 오늘 무슨 콘서트 공지 올린 거야? 쉬게 해 줄 거라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거 보면 누가 안 빡치겠어. 하루 시작은 망쳤지…
사무실은 뭐 별 일 없고.. 오후에 죤대가 결혼한대서 너무너무 기뻤지. 속도위반 이니 뭐니 중요한 건 죤대는 지가 저지른 일에 책임질 거란 얘기지.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은 기쁜 일이야. 그런데 사실 그 뉴스 듣자마자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이야 내가 죤대랑 같은 해에 결혼하겠네?! 그다음에는 어이 설마 죤대 날짜가 나보다 더 빠를까…?
그때까지만 해도 내 기분 다 풀었지. 그러나 저녁 먹기도 전에 예비 신랑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 그리고 예비 신랑과 통화했는데 내가 더 우울해졌어. 그러다가 너네 북미투어 공지가 떴지. 일정이 로봇이 소화해도 고장날 정도 미친 빡빡한 스케줄이지. 다시 빡쳤지.
그리고 갑자기 너네 영장이 나왔다는 트윗을 봤어. 어떻게든 연장을 해서 결과가 해투 일정이 저렇게 빡빡할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나중에 너가 귀국하면 얼마 안 돼 바로 군대 들어가야 한다고… 나 여기서 정말 어이 없어서 또 이상 눈물 참을 수가 없었다. 진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예비 신랑에게 문자가 왔다. 내용이 무겁다… 얘가 저런 사람인 줄 알아 아는데 지금 내 심경으로 저런 말을 들어서 멘탈이 산산조각이 되어버렸지…
예비 신랑은 사람으로 보면 자기 자신만 본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기본 조건 거의 다 갖고 있다. 삼촌이 들은 말을 빌리자면 거절하는 이유가 없어. 나도 예비 신랑이 나에게 좋은 실랑이다 나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다 확신을 했지.
그러나 예비 신랑한테서 나 안정감을 못 느껴. 나는 신랑에게 북극곰 처럼 포근하게 안기는 걸 아주 옛날부터 내 맘 한 구석에서 간직했지. 기대고 싶고 포옹 안에서 숨고 싶다고. 그래서 그 안정감을 못 느끼는 게 정말 신경 쓰이고 죄책감까지 든다. 내가 노력이 부족하지 내가 감사한 줄 모르지 내가 뭔데…
곰돌아 나 오늘 너무 힘들어. 너한테 가서 너의 품에 안기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