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유독 보고싶은 밤

나의 자랑 나의 사랑,

당신 잘 지내니? 어제 귀국했는데 오늘 다시 출국하더라… 너무나 바쁘게 열심히 사는 당신을 보면 내가 많이 창피하단 말이야. 당신은 절말 불평 하나 없이 꿋꿋이 그 수많은 스케줄을 아주 잘 소화한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몬엑 무대를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다 하는 유일한 멤버. 거기에다가 솔로 스케줄이 가장 많은 멤버도 당신이잖아. 이런 당신과 비교한다면 나는야 뭐 한끗의 먼지도 안 되겠다.

있잖아… 나 요즘 많이 힘들어. 저때 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 쉴 수가 없을 것 같거든? 그리고 가장 슬픈 건 이런 상황에 당신을 (화면 속으로라도) 만나지 못하는 점… 트위터 탐라 달릴 힘조차 없어서… 그게 가장 속상한 거야.

나는 가끔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살지? 왜 이러서 살아야지? 굳이 이렇게 살아야 할 의무가 없잖아? 요즘 들어 요런 생각 엄청 많이 난 것 같아. 직장은 어디나 다 힘들고 직장을 갖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 걸 나도 알아… 그냥 뭐랄까… 당신은 저렇게 열심히 뛰긴 하지만 결과가 눈 앞에 보이잖아. 나는 뭐… 내 통장에도 안 보인단 말이야 ㅋㅋㅋ

이거 누가 보면 뭐래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하겠지? “좋은 직장” 다니고 잘 살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이런 소리도 하고… 나는야 내가 받는 것에 대해 항상 고맙지. 이렇게 편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복인 걸 알아. 그러나 힘들어서 피곤하고 지친 걸 인간적이잖아. 내가 인간이라 이런 걸 느끼고, 누구한테 기대어 쉬고 싶어.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너한테 기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근데 그건 꿈에서만 가능한 걸 아주 잘 알아. 나는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고딩이 아니거든. 그래서 나름 찾아봤어, 기댈 사람. 그리고 찾은 것 같애. 좋은 사람이야. 똑똑하고 인내심 강하고 날 잘 들어주고 열심히 살고. 석사를 곧 딸 거고. 수입은 있으나 고정적인 직장은 없고. 우리 엄빠도 이 사람 좋아하는 것 같아. 한 마디로 훌륭한 실랑감이야. 망설임 없어야 하는데 마음에 걸린 뭔가가 쪼금 있어.

난 얘랑 잘 살 수 있을까?

당신 같았으면 어떻게 할 거야?

참, 당신은 결혼하긴 하겠니? ㅋㅋㅋ 아 못된 질물을 해서 죄송. 당신은 언젠간 좋은 여자 만나고 예쁜 사랑을 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거야. 나는 항상 믿는다. 나도… 그럴 수 있겠지?

나의 사랑 나의 자랑,

당신은 이 편지를 볼 일이 없을 거야. 지구를 멸망해도 당신은 이 글 찾을 리가 없고 나도 당신이 이 글 봤으면 좋겠다 이런 헛된 바람도 없어. 그저 당신한테 속마음을 털어듯이 이 편지를 쓸 수 있어서 마음이 후련했어.

잘 살아라. 벙크나 사고 하나도 치지 말고. 5년 동안 나의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있어줘. 사랑해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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